PART 1 · 발리를 읽다 6장 v1.0 수정

오늘의 발리

관광이 준 것과 앗아간 것 — 그리고 여행자의 자리

📅 최종 확인 2026.07.14 다음 점검 2026.10.01 종이책과 달리 이 페이지는 계속 갱신됩니다

논과 크레인 사이 — 마지막 남은 초록 뒤로 공사가 치솟는다. 관광 개발이 바꾸는 오늘의 발리를 한 프레임에 담은 풍경.
논과 크레인 사이 — 마지막 남은 초록 뒤로 공사가 치솟는다. 관광 개발이 바꾸는 오늘의 발리를 한 프레임에 담은 풍경.

이 책의 마지막 배경 지식은 불편한 이야기다. 발리 경제의 절반 이상이 관광에서 나온다. 당신의 여행이 이 섬의 밥줄이라는 뜻이다. 동시에 그 관광이 논을 지우고, 우물을 마르게 하고, 마을의 정체성을 흔들고 있다. 당신의 여행이 이 섬의 부담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두 문장 모두 사실이고, 발리는 그 사이 어딘가에서 매일 균형을 찾는 중이다.

이 장을 죄책감 유발용으로 쓰지 않았다. 구조를 알면 선택이 달라지고, 여행자의 선택은 생각보다 힘이 세다. 그것이 이 장의 이야기다.

54%의 경제 — 낙원의 비즈니스 모델

발리의 산업 구조는 단순하다. 호텔·식당·교통·여행업의 직접 기여가 GDP의 약 3분의 1, 식자재·공예·건설 등 간접 기여까지 합치면 절반을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직·간접 추정치 약 54%, 연구·기관에 따라 편차가 크다). 1971년 마스터플랜(2장)이 시작한 전환이 반세기 만에 도달한 지점이다. 문제는 이 수입이 고르게 흐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5성급 호텔과 대형 개발의 이익은 상당 부분 외국·자카르타 자본으로 가고, 발리인 다수는 그 아래의 고용과 소상공으로 연결된다. 당신이 어디서 자고 어디서 먹는지가 이 분배에 개입하는 이유다.

2020년의 코로나는 이 구조의 스트레스 테스트였다. 관광객이 사실상 0이 되자 발리 경제의 낙폭은 인도네시아 평균의 4배에 달했고, 해고된 호텔 직원들이 마을 논으로 돌아가는 '농업 회귀'가 일어났다. 천 년을 이어온 발리 전통 관개 공동체 수박(Subak)이 위기의 사회 안전망으로 작동한, 발리다운 장면이었다. 2025년 방문객이 사상 최고치(695만)를 넘기며 경제는 회복됐지만, '단일 산업 의존을 어떻게 줄일 것인가'라는 질문은 그대로 남아 있다.

10년의 변화 — 짱구가 보여주는 것

과잉관광(overtourism)이라는 추상어의 실물을 보려면 짱구(Canggu)에 가면 된다. 2014년까지 논 사이의 서핑 마을이던 곳이 10년 만에 카페·코워킹·빌라가 빽빽한 '외국인 도시'가 됐다. 1km를 가는 데 30분이 걸리는 오토바이 정체, 사라진 논, 치솟은 임대료. 울루와뚜도 몇 년의 시차를 두고 같은 길을 걷고 있다. 발리 사람들은 이를 '불레 벨트(Bule Belt)', 곧 외국인 거주 띠라 부른다. 짱구·스미냑·우붓·사누르·울루와뚜를 잇는 이 띠의 일부 마을은 외국인 비율이 30~50%에 달해, 반자르의 의례와 회비(가구별 분담금) 체계(4장)가 흔들리는 첫 사례들이 나오고 있다.

발리인의 감정은 단순한 반감이 아니다. 관광은 약 85만 명의 일자리이고, 임대 수입이고, 자녀의 학비다. 동시에 고향 마을의 소멸이기도 하다. 이 양가감정을 이해해야 한다. '발리 사람들은 관광객을 싫어하나요?'라는 질문에 대한 정직한 답은 '당신이 어떤 관광객이냐에 달렸다'는 것이다.

방문객은 2025년 695만 명으로 최고치를 새로 썼고, 논은 2024년 약 6.4만ha까지 줄었다. 단위가 다른 두 선은 관광 성장과 토지 전환의 방향을 함께 보여준다.
방문객은 2025년 695만 명으로 최고치를 새로 썼고, 논은 2024년 약 6.4만ha까지 줄었다. 단위가 다른 두 선은 관광 성장과 토지 전환의 방향을 함께 보여준다.

보이지 않는 계산서 — 물 · 논 · 쓰레기

  • 물 — 발리 일부 지역의 지하수위는 10년이 안 되는 사이 50m 이상 내려갔고, 섬 유역의 60%가 고갈 위험군으로 분류된다. 관광 숙박은 객실·수영장·정원·세탁으로 물 수요를 크게 늘린다. 관광객 한 명의 물발자국은 하루 2,000~4,000리터로 추산되며, 숙박 유형과 산정 범위에 따라 차이가 크다. 특히 지표수가 없는 석회암 지대 부킷 반도(8장)에서는 리조트가 우물을 더 깊이 파는 사이 주민 우물이 마르고, 해안에서는 바닷물이 지하수로 스며드는 비가역적 염수화까지 진행 중이다.
  • 논 — 1980년대 이후 발리의 논은 꾸준히 줄었다. 최근 5년(2019~2024)에만 약 6,500 ha가 사라져 2024년 약 6만 4천 ha가 됐고, 지금도 해마다 1,000 ha 이상(여의도 서너 개 넓이)이 빌라와 도로로 바뀐다. 유네스코가 수박을 세계유산으로 등재(2012)한 것도 이 흐름을 늦추지는 못했다. 논 한 뙈기의 임대료보다 빌라 한 채의 임대료가 수십 배 높은 경제학 앞에서, 보호는 늘 한 박자 늦는다.
  • 쓰레기 — 섬 전체에서 하루에 약 4,000톤이 나온다. 덴파사르 남쪽의 수웅 매립지는 한계에 다다랐고, 우기(1~3월)에는 강을 타고 내려온 플라스틱이 꾸따 해변에 쌓이는 장면이 몇 년마다 세계 뉴스가 된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보도들이 발리의 각성을 앞당겼다.
물·논·쓰레기의 세 계산서, 그리고 그것을 줄이는 여행자의 다섯 선택.
물·논·쓰레기의 세 계산서, 그리고 그것을 줄이는 여행자의 다섯 선택.

응답들 — 그리고 여행자의 자리

발리와 인도네시아 정부의 대응도 움직이고 있다. 2024년부터 외국인 방문객에게 1회 Rp 150,000의 관광세를 걷어 문화·자연환경 보호를 법정 목적으로 삼고(실제 집행 내역은 발리주·Love Bali 공지 기준), 무례한 관광객 단속과 행동 가이드라인 발표, 신규 개발 모라토리엄 논의까지 이어진다. 방향은 '더 많은 관광'에서 '더 나은 관광'으로 옮겨 가는 중이다. 그 전환의 성패에 여행자도 한 표를 갖고 있다.

이것으로 PART 1이 끝났다. 발리가 어떤 섬인지, 그 역사와 신들, 사람들, 맛, 그리고 오늘의 고민까지 살펴봤다. 이제 걷는 일만 남았다. PART 2는 공항에서 가장 가까운 남쪽 해변에서 시작한다.

주요 출처
  • 공식 — BPS Bali (GDP·관광 통계) · 발리 주정부 (관광세 2024, 비닐봉지 금지 Pergub 97/2018) · UNESCO (수박 문화경관)
  • 위키백과 — Tourism in Bali · Overtourism · Subak · Bye Bye Plastic Bags
  • 언론 — Reuters·The Jakarta Post (과잉관광·외국인 단속) · Al Jazeera (2019 물 위기) · BBC·CNN (꾸따 플라스틱, 위즌 자매)
  • 연구·NGO — IDEP Foundation 'Bali Water Protection' (지하수위·유역 고갈 데이터) · KTH 지속가능 물관리 연구

다음 장 예고 — PART 2의 시작. 서핑보드와 클럽, 노을과 정체(渋滞)의 남부 해변: 꾸따에서 짱구까지. (7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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